6편. 우주 풍선 프로포즈 준비하기 – 1차 연대기 (2)

어쩌지?

어쩔 수 없다. ㅎㅎㅎ 다시 풀고 다시 주입!!! 열심히 주입했다. 아까보다 정말 훨씬 더 크게 불어질 때 까지 넣고 또 넣었다. 스타렉스가 좋은 건 바람넣을 때 뒤에 문을 열면 지붕처럼 풍선을 받치면서 가스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다 주입하고 나서 이번엔 뜰까? 뜨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관측박스에 풍선 장착을 마무리 했다. 날씨도 흐려서 바람이 부니 성인 남자 두 명이 겨우 버틸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놓칠까봐 겁이 났다. 바람이 불면 휘청휘청 거렸다.

다시 한번 카운트 다운. 그리고 손을 놓는 순간. 엄청난 힘으로 하늘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간 풍선은 서서히 작아져갔다.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정이 복잡하던지… 지금까지 대략 3,4개월 정도를 이걸 띄우는 것만 바라보면서 달려왔는데 이게 정말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사라져 가는 우주 풍선

사라져 가는 우주 풍선

우주 풍선을 바라보는 Mike

우주 풍선을 바라보는 Mike

 

 

그리고 밀려드는 한 생각…

 

이걸 어떻게 찾지? 찾을 수는 있을까?

일단 발사하고 나서 혹시나 몰라 GPS를 켜봤다. 그랬더니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오오. 신기신기!!!

우주 풍선 발사 직후 위치

우주 풍선 발사 직후 위치

우주 풍선 발사 직후 이동 중

우주 풍선 발사 직후 이동 중

 

그러다가 어차피 성층권으로 올라가면 트랙킹이 안 될 것이고, 올라갔다가 떨어지는데는 서너시간이 걸리니 일단 전주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전주 토박이인 친구와 그 친구의 초등학교 동창이 유명한 식당을 추천해줘서 갔다. 이름하여 ‘베테랑 칼국수’.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의 메인 스트리트 바로 옆에 있는 이 오래된 칼국수 집은 비주얼부터 대단했다. 오래된 맛집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 곳에서 일단 간판 메뉴라고 하는 칼국수를 하나 정하고, 뒤이어 하나씩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콩국수, 쫄면, 만두를 시켰다.

칼국수는 비주얼부터 남다르고, 국물과 면 맛은 아마 전국에 이 곳 밖에 없을 듯한 색다른 맛이면서 아주 훌륭했다.

전주_베테랑_칼국수_칼국수

전주_베테랑_칼국수_칼국수

만두는 원래 만두를 좋아하는 관계로 그냥 맛있었음.

전주_베테랑_칼국수_만두

전주_베테랑_칼국수_만두

각종 비빔면 류를 좋아하는 나는 쫄면도 만족.

전주_베테랑_칼국수_쫄면

전주_베테랑_칼국수_쫄면

칼국수 못지 않은 대박은 역시 콩국수! 콩국수의 콩물이 정말 진하다. 그리고 갈은 얼음을 넣어줘서 조금씩 녹아가며 국물이 옅어진다. 그리고 시원한 맛을 끝까지 느낄 수 있다. 제일 위에 뿌려놓은 저 콩가루는 고소한 맛을 더해줘서 일품이었다.

전주_베테랑_칼국수_콩국수

전주_베테랑_칼국수_콩국수

저녁을 먹고 대략 3시간 반쯤 지난 시점에 확인해봤다. 우리는 대략 경북 어딘가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진안이었다. ‘진안이면 여기서 바로 위인데?’ 하면서 ‘혹시 지금 떨어지고 있나?’하고 의아해했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을 기다려봤다. 30분을 기다렸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위치에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 쪽으로 출발했다. 다소 어둑어둑해진 시점이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도로 옆으로 있어 보이고 해서 금방 찾을 것 같았다. (결코 우리나라 산을 얕보지 마라. 절대로!)

우주 풍선 착지 위치

우주 풍선 착지 위치

우주 풍선으로 가는 길

우주 풍선으로 가는 길

우주 풍선 위치 파악

우주 풍선 위치 파악

 

암흑…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GPS가 나타내주는 위치로 찾아가봤건만… 오직 암흑만이 가득했다. 전북 진안 운장산. 거기에는 자동차 라이트를 끄면 손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처럼 어두웠다.

진안으로 이동하면서 대형 플래시도 샀지만 산속의 암흑엔 무용지물이었다. 이 밤중에 산에 올랐다간 큰 일이 나기 좋을 것 같아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오기로 했다. 여자친구에게는 1박2일짜리 지방 출장으로 얘기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사고가 생겼다며 하루 더 출장을 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아… 미안… (이제는 아니까 뭐… ㅎㅎㅎ) 진안에는 아무 연고도 없는 우리들은 일단 읍내에 가면 뭐가 있겠지 라며 진안군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정말 진안은 아무 것도 없었다. ㅋㅋㅋ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정말 썰렁하고 자그마한 읍내에서 급히 모텔을 잡고 맥주 한잔을 한 후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새벽에 5시 반에 일어나서 운장산으로 신나게 풍선을 찾으러 갔다. 가는 길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동영상 삽입 예정]

어제 가다가 제대로 길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왔던 길은 심지어 입구 비슷한 곳도 아니었다. 그래서 근처에 가장 가까운 인가로 갔더니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수상해 하실 게 분명했기에 과학 실험을 했다고 말씀 드리면서 얘기했더니 산 올라가는 입구를 말씀해주셨다. 얼마나 안 다녔는지 길인지도 보이지 않았던 길. 어느 정도까지는 차로 갔지만 이내 길이 너무 험해 차로는 갈 수 없었다.

일단 차를 세워두고 몸을 가볍게 한 후 간단한 간식과 물을 챙겨서 출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길 바로 옆인데 뭘… 특공대 나온 내가 그 정도 산 못 탈라고…’ (아… 오만방자한 절 용서해주소서… 아닌가? 아… 아!!! 그래서 벌 받은 거구나!!!)

운장산 입구

운장산 입구

차를 세워두고는 네이버 지도만 켜고 열심히 갔다. 대략 GPS로 찍혔던 지점은 캡쳐해서 이미지로 넣어두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랑 네이버 지도와 비교해가면서 봤다. GPS 프로그램의 지도, 네이버 지도, 구글 지도 세 가지를 번갈아가면서 봤는데 느낀 점은 지도 마다 산의 모양에 대한 묘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었다. 아… 헷갈려.  당장 나는 산 앞에서 이쪽 능선을 탈 지 저 쪽 능선을 탈 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 애매함이라니… 약 삼십분을 고민한 끝에 한쪽 능선이 맞을 거라고 판단되었고 출발했다. 작은 마른 계곡을 하나 건너서 정말 살아있는 산을 올라가야 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고, 약간의 낭떠러지 같은 지형이라 처음부터 능선을 타고 갈 수 없었다. 계곡을 타고 가다가 올라가는 전략을 택하기로 하고는 열심히 갔다. 아니, 열심히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산은 혹은 이 길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는 데다가 가시덤불로 가득찬 길이었다. 오! 마이 갓뜨! 정말 고행으로 가득찬 가시덤불… 생전 처음보는 가시덤불이었다. 그렇게 하얀 가시덤불은 처음봤다. ;;;

그걸 어떻게든 헤치고 가야 했는데 어쩌지? 하면서 찾은 건 가방 속의 카트 칼 하나;;; 그걸로 가시덤불 하나를 엄지랑 검지로 잡아서 찔리지 않도록 하면서 한 컷트 자르고, 다른 한 쪽을 또 그렇게 잘라서 한 토막을 멀리 던지고, 또 그 옆에도 한 토막을 헤치우고, 그렇게 짧게는 대여섯번, 길게는 열몇번을 해야 겨우 반걸음을 나갈 수 있다. 그마저도 서로 많이 얽히지 않았을 때의 얘기이고, 심각하게 얽혀있는 구간에서는 정말 한참을 헤치고 헤쳐야 한 걸음을 나갈 수 있었다.

아…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나와 내 친구는 굳은 의지의 대한민국 남아들. 플러스 외국인 친구 마이크! 하지만 삼십분을 덤불과 싸우면서 나가서 겨우 10미터 남짓 개척하는 게 전부였다.

운장산 개척 중

운장산 개척 중

대략 네시간을 헤치고 나서야 우리가 능선 2/3 지점에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

운장산 포기 지점

운장산 포기 지점

대략 시간이 3시였는데 정상까지 올라가서 이리 헤메고 저리 헤메면서 그 풍선을 찾아야했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를 하는 데는 해 지기 전에 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다. 안타까웠다. 무려 하룻밤을 자고 이틀을 투자했는데 돌아가야 하다니. 그리고 그 포기는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했다. 완전히 포기하거나 다음에 또 날을 잡고 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결국… 고심 끝에 포기 선언…

[동영상 삽입 예정]

과연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오면 찾을 수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시작 됐다.

그 고민의 답은 7편에서!

Ben 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