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부인과에는 커뮤니케이션(bedside manner)이 필요하다

“분만 중 인턴 몰려와 실습”… 기분 참 더러웠다

[산부인과, 이렇게 바꾸자③] 산부인과에서 지켜주는 ‘모성’은 없다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기사이다. 얼마 전부터 산부인과에 관련된 이야기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들리더니 오마이뉴스에 산부인과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런 기사가 연재되고 있었다.

기사에서 보면 두 개의 입장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이다. 그 입장은 정서적으로 풀어보자면 ‘직장에서의 task’와 ‘내 배에 있는 소중한 생명’의 간극으로 대변된다. 이는 산부인과의 이야기이지만 일반적인 의사와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내 배에 있는 소중한 생명’ 이 아니라 ‘내 소중한 생명’으로 바꾸면 된다.

이 인식의 차이는 결국 엄청난 차이를 불러 일으키는데 바로 기사에 나와 있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양수검사 때 기형아 검사를 권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지우면 된다는 식으로 낙태를 가볍게 이야기해서 병원을 옮겼다.”
“둘째 임신했을 때 초기에 산부인과에 갔는데, 2주 후 약속을 잡아주며 기형아 검사를 권유했다. 검사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노산인데 왜 검사하지 않느냐고 물어 불쾌했다.”
“둘째아이 기형검사를 권유하는 산부인과를 보면서, 선택이 본인에게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0대 중반에 출산했는데 노산이라고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남자친구와 중절 수술을 받으러 갔더니 그 의사가 왜 오셨냐고 묻지도 않고 사인하라고 그러더라고요… 내가 장애인이라서?” 
“초음파 검사하던 의사가(자궁근종 수술을 크게 하고 계속 혹이 있어서 정기검진을 해오고 있는데) ‘나이도 있고 아기도 있으니 자궁적출 하면 되죠’라고 아주 쉽게 말했다.”
“지금 낳아도 노산이에요. 서두르세요.”

의사의 입장에서 이 내용들을 보자. 먼저,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보면 불쾌했다는 의견을 빼고 의사가 말한 사실만 놓고 보았을 때 실은 의사로서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그것을 짧게 전달한 것이다. 전달하는 입장에서야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진료 경험을 토대로 그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이고 또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이번에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자. 이것은 소중한 나의 몸, 나의 아이이고 그것과 관련된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나의 인생, 내 아이의 인생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걱정되는 이야기이다.

이 두 입장의 차이가 바로 환자에게는 “‘지우면 된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냐” “무턱대고 기형아 검사를 그냥 하라니 난 결정권도 없거니와 무작정 노산이라니 불쾌하다” 는 불쾌한 감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다. 의사가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것은 당연히 의사가 의학적 지식으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 있는 것이다.

“의사들은 권위적이야”라는 게 일반적인 환자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사실상 의료 행위도 돈을 주고 구매하는 의료 서비스의 일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내가 돈을 내 가면서 왜 그렇게 불쾌한 경험을 해야 하는 거야라는 불평을 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의 입장에서 환자들이 의사들의 태도에 대한 reputation이 구매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많은 교육과 관찰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의학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도 의학적 지식 외에 ‘Bedside Manner(의사-환자 간의 관계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예절)’를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그에 대한 지적, 보완, 팁 등이 논의되고 있다.

외과 정보와 소식을 다루는 GP라는 주간지에서는 지난 달 ‘Tips on improving your bedside manner‘ 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여기서는 10가지 팁을 공개했는데 다음과 같다.

10 top tips to improve your bedside manner

1 Greet your patient politely. (환자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라)

2 Maintain good eye contact. (환자들에게 부드럽게 눈을 맞추어라)

3 Keep your posture open. (열린 자세를 유지하라)

4 Allow the patient to talk without interruption. (환자가 이야기 하는 중간에 말을 끊지 마라)

5 Respond to any cues. (환자가 궁금해 하는 어떤 포인트에도 답을 하라)

6 Explain the purpose and process of any clinical examination before undertaking it. (어떤 의학적 검진을 하기 전에 반드시 그 목적과 절차에 대해서 설명하라)

7 Offer a chaperone for intimate examinations. (친밀한 검진이 되기 위해서 동반자 역할을 해주어라)

8 Take the time to explain the diagnosis to the patient. (환자에게 진단 결과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해 주어라)

9 Involve the patient in treatment management decisions. (치료를 위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환자를 참여시켜라)

10 Show the patient respect and consider walking with them to the consulting room door when the consultation is over. (환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상담을 마친 후에는 문까지 배웅해 주어라)

이런 팁을 오마이뉴스에서 환자들이 불평했던 상황에 적용시켜보자면 이럴 것 같다. 두 가지 사례를 토대로 한번 그려봤다. (*의학적인 근거나 내용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톤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쓴 것이니 사실 여부 논란은 미리 사절)

[Before 1]

“양수검사 때 기형아 검사를 권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지우면 된다는 식으로 낙태를 가볍게 이야기해서 병원을 옮겼다.”

[After 1]

‘양수검사에 대한 상담 때 흔히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아이가 정상인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하신다. 그런 걱정을 더는 차원에서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차원에서 기형아 검사를 해보시는 게 어떠실까 하고 권해 드린다’며 우선 권유하면서 결정을 환자가 하도록 한다.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면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 설명하고 혹시나 너무 걱정할 경우에는 기형아 판정 통계 등을 토대로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내용으로 안심시킨다. 그리고 혹시라도 기형아가 나왔을 때는 어떡하냐는 질문에는 그 결정은 자식에 대한 결정이기 때문에 환자가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이래라 저래라 이러면 된다 하는 것 보다는 선택지를 그냥 키우는 것과 사전에 지우는 것 등에 대해 알려주고 깊이 생각해 보시라고 한다. 하지만 역시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안심시키고, 기형으로 판정받았을 때의 심리적인 충격이 크기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는 것도 괜찮다고 아는 상담의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준다. 혹은 그런 부모의 모임이나 온라인 카페 등이 있다고 알려주기로 한다. 상담이 끝나고 문까지 동행하며 다시 한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준다.

[Before 2]

“초음파 검사하던 의사가(자궁근종 수술을 크게 하고 계속 혹이 있어서 정기검진을 해오고 있는데) ‘나이도 있고 아기도 있으니 자궁적출 하면 되죠’라고 아주 쉽게 말했다.”

[After 2]

혹이 있어서 정기검진을 하다 보니 환자가 문제가 더 커졌을 때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우선,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고 의료진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왔을 때는 대략 모퍼센트에 해당하는 경우 자궁적출 수술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그런 혹이 어떻게 발전해서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그럴 경우 단순한 혹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안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상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자궁 적출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성적인 상징의 제거이기 때문에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고 심리적으로 힘들 수 있는데 내 생명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오히려 작은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 이후에 건강을 지켜서 잘 살고 계신 환자분들을 예로 들며 안심 시킨다.

결국은 대상을 대하는 마음의 문제

위에서 얘기한 Bedside Manner는 결국 마음의 문제, 인식의 문제, 태도의 문제이다. 그 대상을 단순히 빨리 빨리 치료하고 넘겨야 하는 공장의 로봇이 처리해야 하는 작업 대상같은 존재가 아니라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을 가진 가족과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단편적으로는 의사들 스스로의 각성도 필요하고, 학교에서의 커리큘럼도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의사들에게 단시간에 환자를 돌리게 만드는 의료 환경과 그를 심사하거나 평가하는 기관이나 지표의 부재, 그런 것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그리고 그런 것들을 모니터링하는 시민 단체도 부재하다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benheo